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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나는 꽃을 아네
이대흠
나는 꽃을 아네 내가 꺾고 버리지 못한 꽃 꽃은 귀퉁이부터 말라갔네 나는 꽃을 아네 참 많은 꽃을 꺾었네 참 많은 꽃에 꺾였네 한 송이 꺾을 땐 죄스러웠지 또 한 송이 꺾을 땐 운명을 생각 했다네 세 송이 네 송이 될 때엔 꽃을 보지 못했네 나는 꽃을 아네 한 아름의 꽃을 꺾어도 다하지 못할 때 나는 꽃을 꺾지 않았지 나는 꽃을 아네 꺾어야만 순결함이 유지되는 그 비운을 꺾지 않으면 슬퍼지는 그 운명을 나는 꽃을 아네 씨앗으로 담기에는 너무 먼 기쁨 꺾기에는 너무 뜨거운 슬픔 나는 꽃을 아네 나는 꺾네 다 꺾어도 꺾이지 않은 꽃을
-------------------------- 우리는 이 지상의 꽃들을 그동안 얼마나 많이 꺾었던가. 우리 자신이 꽃인 줄도 모르고 사심 없이 혹은 목적을 가지고 꺾어버린 무수한 꽃들. 꺾고 꺾이기도 하면서 그토록 살아내었는가. '꺾기에는 너무 뜨거운 슬픔'인 이 화엄 꽃밭 속에서 한데 이마를 맞대고 어우러져서는.
이대흠 시인은 전남 장흥 출생. 서울예대, 조선대 문창과 졸업. 1994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으로<물 속의 불 ><상처가 나를 살린다><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장편소설<청앵>, 산문집<이름만 이삐먼 머한다요><그리운 사람은 기차를 타고 온다>등. 현대시동인상, 애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신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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