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 용기·봉지라면
현황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민 1인당 1년에 평균 76개의 라면을 섭취한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컵라면 소비도 늘고 있다. 1988년부터 시작된 컵라면 용기의 환경호르몬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컵라면 용기와 뚜껑에 사용하는 재질은 PP(폴리프로필렌)·PE(폴리에틸렌)·PS(폴리스틸렌)다. PP와 PE는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규정됐다. 문제는 뚜껑과 일부 컵라면 용기에 사용한 PS다. 이 성분은 벤젠(발암물질)으로 만든 유해물질이다. 업체는 정제 과정을 잘 거치면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아직 그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월 발표한 ‘제2기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에 따르면, 컵라면, 캔 음식 등 가공식품의 섭취빈도가 높을수록 몸속 비스페놀A 농도가 증가한다. 지속해서 이 물질에 노출되면 청소년에겐 성조숙증, 성인에겐 조기 폐경 등의 질병이 생길 수 있다. 봉지라면의 경우, 포장 재질에 들어 있는 가소제(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하는 화학첨가물)가 뜨거운 물로 인해 물리적인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 장기간 인체와 접촉하면 내분비계를 교란한다는 이유로 어린이용 제품에 사용을 규제한 유해물질이다.
예방법 컵라면·봉지라면 모두 전자레인지 등으로 가열하면 안 된다. 전자레인지용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표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컵라면 뚜껑에 라면을 덜어 먹는 행동을 삼간다. 봉지라면에는 뜨거운 물을 붓는 것조차 좋지 않다.
비닐 랩
현황 PVC(폴리염화비닐) 랩 문제는 1986년부터 제기됐다. 한 제조사가 PE로 랩을 만들면서 PVC랩의 유해성 문제가 불거졌다. 이후 가정용 랩은 대부분 PE로 대체됐다. 그러나 업소용 랩은 여전히 PVC다. PVC는 상온에서는 딱딱한 플라스틱이어서 부드럽게 하는 가소제(DEHP)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 성분이 가열되거나 뜨거운 기름과 닿았을 때 배출돼 음식으로 흡수되는 환경호르몬이다. 생식기 기형 등에 영향을 준다. 계명찬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배달음식을 싼 랩은 유연하게 잘 늘어나는데 가소제가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방법 배달음식점과 마트는 음식을 포장하는 랩 사용을 줄여야 한다. 또 랩을 구입할 때 재질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뜨겁고 기름진 음식은 랩으로 포장하지 않는 게 좋으며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땐 반드시 제거한 후 가열해야 한다.
종이영수증·순번 대기표
현황 2015년 한 해 동안 종이영수증은 약 150억 건, 하루 약 4000만 건이 발급됐다. 5월 여성환경연대가 주요 대형마트와 백화점 6곳에서 19장의 영수증을 조사한 결과, 일부 영수증에서 환경호르몬 성분인 비스페놀A(BPA)와 비스페놀S(BPS)가 검출됐다. BPS는 BPA의 위해성이 입증되면서 대체물질로 사용된 것이지만 그마저도 비슷한 환경호르몬 작용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영수증과 순번 대기표 등에 사용되는 특수용지(감열지)에 발색 촉매제(잉크가 종이에 잘 나타나도록 돕는 역할)로 비스페놀계 화학물질이 들어간다. 최인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 분석팀장은 “EU(유럽연합)에선 빠르면 2019년까지 비스페놀A 영수증을 금지할 계획”이라며 “업체들이 비스페놀A가 없는 영수증으로 대체했다는데 이는 그 성분만 뺐다는 것이지 환경호르몬 문제로부터 안전성이 입증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 환경실무그룹 EWG가 2010년 연구한 결과, 영수증 한 장에 있는 비스페놀A의 양은 캔 음료나 젖병에서 나오는 양보다 250~1000배 정도 많다. 이 물질은 영수증을 만질 때 피부로 흡수될 수 있으며, 지폐 등 다른 물체와 함께 두면 그마저도 오염시킬 수 있다. 대형마트 계산원들이 가장 많이 노출된다. 신세계·홈플러스 등에서 일하는 계산원들의 소변검사 결과, 근무 전후 BPA 농도에 큰 차이를 보였다.
예방법 소비자는 영수증을 입에 물거나 손으로 구기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게 좋다. 또 영수증을 지갑에 장기간 보관하지 않고, 젖거나 기름진 손으로 만지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최근 전자영수증도 대체안으로 나오고 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2013년 감열지 영수증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내에서는 계산원에게 장갑 착용을 권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향초(캔들)
현황 2014년부터 힐링 바람을 타고 향초(캔들)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캔들 매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국내에 200여 종의 향초가 수입·판매되고 있다. 2014년 미국 과학저널에 따르면, 향초(캔들)를 사용할 때 포름알데하이드, 벤젠 화합물, 나프탈렌 등 발암물질이 배출된다. 이런 물질은 연소 중에도 배출되지만 연소가 끝난 후에도 최대 16시간까지 실내에 남아 있다. 조경현 영남대 생명공학부 교수에 따르면, 값싸게 유통되는 캔들은 공업용 화학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이는 더 많은 미세먼지를 유발해 호흡기 문제와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유해물질들은 향초 생산 과정에서 넣는 인공향료 때문이다. 흔히 사람들은 냄새가 향기로우면 몸에도 좋을 거라고 착각하는데, 시중에서 판매되는 향초들, 심지어 파라핀이 들어 있지 않은 천연 향초라고 하는 것도 인공향료를 넣어 향기를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방법 유해성 검증을 거친 정품 캔들을 구매해야 한다. 정품이더라도 밀폐된 공간에서 장기간 켜두지 않아야 하며, 특히 호흡기 질환이 있다면 향초를 멀리하는 게 좋다. 촛불을 끌 때도 입으로 불어 연기를 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향초에 대한 유해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전수조사나 규제가 없는 실정이다.
생리대
현황 여성 1인당 평생 1만 개의 생리대를 사용한다. 제조사들은 영업비밀 등의 이유로 생리대 성분을 공개하지 않는다. 제품 뒷면에 쓰인 주요 성분에는 기본적인 성분만 표시되어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최근 생리대의 안전성·유효성 심사 규정을 간소화하기로 했다. 미국의 여성환경건강단체 (지구를위한여성의목소리(WVE))가 2014년 P&G(국내 유통되는 ‘위스퍼’의 제조사)의 생리대 ‘올웨이스’ 4종류 제품을 분석한 결과, 피부 자극성 물질인 아세톤, 발암물질인 스틸렌, 클로로포름 등이 검출됐다. 흡수가 더 잘되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질(폴리아크릴산나트륨) 역시 안전성 연구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예방법 일회용 생리대에 불안감을 느낀 여성들 가운데 면 생리대를 사용하기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번거롭고 세탁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위생 문제가 발생할 우려도 크다. 대중적으로 편리하게 사용되는 일회용 생리대의 성분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철저한 성분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통조림·캔
현황 1인 가구가 늘면서 유통기한이 길고 조리도 편리한 통조림 제품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4월, 가디언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캠벨·네슬레 등 세계적인 회사에서 나온 통조림 제품에서 비스페놀A가 대거 검출됐다. 비스페놀A는 1960년대부터 통조림 내부와 뚜껑의 부식 방지를 위한 코팅제로 사용되는 에폭시수지(금속의 부식을 막기 위한 물질)에 포함돼 있다. 캠벨은 2017년 중반부터 비스페놀A 사용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델몬트 역시 점차 줄여갈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2011년 한국소비자원이 민주당 박병석 의원과 조사한 결과, 30종의 통조림 제품 중 스위트콘, 델몬트 통조림 등 15종에서 비스페놀A가 검출됐다. 식약처는 당장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소량이므로 큰 문제가 없고 체외로 배출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속해서 노출되면 체내 농도가 높아지고 내분비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방법 개봉 후 빨리 내용물을 섭취하거나 다른 용기에 옮겨 담는다. 서늘한 곳에 보관하며, 캔을 가열하지 않아야 한다. 찌그러져 있거나 녹슨 통조림, 캔 제품을 사지 않는다.
테이크아웃 종이컵·텀블러
현황 2014년 기준 커피전문점에서 나온 테이크아웃용 일회용 종이컵은 2억 개가 넘는다. 환경보호 차원에서 텀블러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었다. 종이컵 내부는 수분에 젖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PE(폴리에틸렌)로 코팅 처리돼 있다. 여성환경연대가 2013년 국내 커피전문점 7곳의 테이크아웃 종이컵에서 환경호르몬(PFOA)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 물질은 암을 유발하고, 눈에 자극을 주는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졌다. 재료가 들러붙지 않도록 프라이팬 코팅이나 종이컵 방수용으로 사용하는 물질이다. 유현숙 환경부 화학물질정책과 사무관에 따르면, PFOA는 현재 스톡홀름협약 사무국에서 위해성을 평가하고 있고, 우리 환경부도 올 3월부터 연구 중이다. 연말쯤 위해성 평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예방법 종이컵은 뜨거운 물과 커피 등 105도 이하에서는 대체로 안전하다. 그 이상에서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되므로 전자레인지로 가열하면 안 된다. 특히 플라스틱 뚜껑은 PS(폴리스틸렌)로 만든 것이어서 90도에서도 녹기 시작한다. 또 튀김 등 기름기가 있는 음식을 종이컵에 담지 않는 게 좋다. 최근 옥수수 추출물로 코팅한 종이컵도 나왔다. 송석근 성은바이오 이사는 “옥수수 추출물로 코팅한 종이컵은 전자레인지에 사용해도 안전하다”고 말했다. 텀블러는 플라스틱보다 철제 제품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배달음식 용기·편의점 도시락
현황 국내 도시락 시장은 2013년 1500억원 대에서 2년 만에 3000억원으로 두 배 늘었다. 온라인 음식배달 체계가 갖춰지면서 배달음식 주문도 증가세다. 그만큼 배달 용기와 일회용 용기의 사용도 늘고 있다. 대부분 플라스틱 용기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2분 정도 데워 먹는다. 그 용기나 뚜껑의 플라스틱 소재는 열을 가했을 때 변형을 일으키는 PS(폴리스틸렌)다. 환경호르몬(비스페놀A)은 치아 표면의 무기질과 에나멜 성분을 제거해 치아 건강도 해친다.
예방법 전자레인지를 이용할 때 뚜껑을 제거하고 적정시간(2분)을 넘지 않게 가열한다. 배달음식점은 용기를 플라스틱 대신 사기·유리 제품으로 바꿔야 한다. 실제로 한 도시락업체는 옥수수 추출물로 만든 용기를 사용하고 이유식은 유리병에 담아 배달한다.
프라이팬·냄비·주걱·국자
현황 테플론 코팅이 되어 있는 프라이팬이나 냄비에서 과불화옥탄산(PFOA)이 검출된 후 과거에 사용했던 스테인리스 팬의 사용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눌어붙지 않는 테플론 코팅 프라이팬은 1956년 프랑스 회사 테팔에서 처음 출시돼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2004년 미국 소비자들이 눌어붙지 않는 프라이팬을 유통한 ‘듀폰사’에 대해 유해성 문제로 집단소송을 하는 일이 일어났다. 유해성분인 PFOA를 20년 이상 은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2006년 듀폰과 3M 등 전 세계 8개 화학회사들에 2010년까지 프라이팬 등의 코팅에 PFOA 사용을 95% 줄일 것을 요청했고 듀폰은 이를 수용했다.
예방법 스테인리스 팬을 사용하는 게 좋다. 스테인리스 팬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모인 카페도 있어서 사용법 등을 공유하고 있다. 대부분 코팅 팬의 환경호르몬을 우려하는 사람들이다. 주걱이나 국자도 플라스틱보다 철제 제품을 사용한다.
아웃도어 용품
현황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수만 100여 개가 넘을 정도로 그 바람이 거세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웃도어 제품 40개 중 유해물질인 PFC(과불화화합물)가 검출되지 않은 제품은 4개에 불과했다. PFC는 방열·방수·방유성이 우수해 아웃도어 제품, 일회용 컵, 배달피자 박스 등에 사용된다. PFC는 제조·유통·사용·폐기 전 과정에 걸쳐 물과 대기 중으로 유출되며, 수백 년간 분해되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는 특징이 있다. 체내에서 암을 유발하고 호르몬 체계에 혼란을 주는 성분이다.
예방법 전문 산악인이 아니면 기능성 아웃도어 용품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기능성을 강조한 옷은 오히려 화학물질이 추가된 경우가 많아 환경호르몬 노출 가능성이 크다. 기능성 용품을 찾기보다는 자신의 활동 유형에 맞는 제품을 고르는 게 바람직하다.
젖병
현황 과거 젖병의 재질이었던 폴리카보네이트(PC)는 충격에 강하고 가벼워 가장 널리 쓰였지만, 그 원료인 비스페놀A의 유해성이 제기되면서 국내에선 2012년 7월부터 비스페놀A 젖병 생산과 판매가 금지됐다. 2010년 식약처가 PC 재질의 젖병 15개를 조사한 결과 모두 환경호르몬 불검출로 나왔다. 그러나 전자레인지에 넣거나, 뜨거운 물을 넣어 사용할 경우 고온 소독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예방법 PC 재질을 피한다. 최근 젖병 업체들은 PC 재질을 폴리프로필렌(PP), 미국 FDS에서 안전한 소재로 승인한 PES(폴리에테르설폰)·PPSU(폴리페닐설폰)·PCT(트라이탄) 등의 재질로 바꿨다. 유리 젖병도 나왔다.
소비자들은 “재질 표시 의미 모르겠다”
마트를 찾은 자취 8년 차 김상진씨(28)는 “즉석식품이라도 최대한 건강을 생각하며 선택하고, 때때로 칼로리나 영양성분을 확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마트에는 컵라면은 물론 즉석 밥과 국 등 간편식이 넘친다. 소비자는 막연하게나마 즉석식품 용기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 모든 즉석식품 포장지에는 원료명·원산지·영양성분 등이 기재돼 있다. 그 바로 아래, 대다수 소비자가 놓치는 정보가 하나 더 있다. 음식을 싸고 있는 포장 용기의 재질에 관한 표시다. 용기의 외면과 내면, 뚜껑, 라벨 등 모든 포장마다 그 재질이 나눠 적혀 있다. 하지만 모두 각 재질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길고 복잡한 화학명으로만 표시돼 있어서 소비자로선 어떤 특성을 가진 재질인지 알 수 없다. 즉석식품 판매대에서 만난 소비자 15명에게 제품의 재질 표시를 보여주고 그 의미를 물어봤지만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