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성취루 상상도. 왼쪽부터 화성·수성·토성·목성·금성이다.
오성취루를 처음으로 검증해 본 천문학자는 고(故) 라대일 박사와 박창범 박사다. 그 검증 결과는 ‘단군조선시대 천문기록에 관하여’ 논문으로 작성돼 1993년에 발행된 한국천문학회지에 실렸다. 이 논문에서 BC 2000년부터 BC 1450년까지 550년 동안 오성결집 현상이 BC 1953년 2월에 한 차례 더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오성취루 219년 전이었으므로 오성결집 현상이 최소한 200년에 한 번씩 일어난다는 편견을 심어줬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 오성결집이 불과 1년 만에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는 상대적으로 공전 주기가 긴 목성과 토성이 하늘에서 모였다가 멀어지기 전에 수성·금성·화성이 신속하게 다시 결집하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배달국-고조선-고구려의 문화수준을 증명하는 오성결집 현상
이번 칼럼에서는 배달국 시대의 오성결집에 대해서만 알아보기로 한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회원들에게 옛 천문기록을 찾아내달라고 호소해왔다. 그러던 중 올해 초 황보승 회원이 오성결집 기록을 여러 개 발견했다고 나에게 알려왔다! ‘그래, 그럼 그렇지! 우리가 누구인가? 천손의 후예 아닌가!’ 나는 쾌재를 불렀다.
배달국의 오성결집 기록은 ‘천문류초(天文類抄)’에서 발견됐다. 이 책은 세종대왕의 명에 의해 천문학자 이순지가 옛 기록들을 모아 편찬한 것이다. 오성결집에 관련된 기록은 전제(顓帝), 즉 전욱 고양씨(顓頊 高陽氏) 부분으로 아래와 같다.
‘…상고에 해의 이름이 갑인(甲寅)일 때, 갑자(甲子)월 초하루 아침인 동짓날 한밤중에 해와 달 및 오성이 자(子)방에 합하였다. 그래서 일월과 오성이 주옥처럼 모여 이어진 상서로움이 있게 되었고, 그 상서로움에 응해서 전욱 고양씨가 책력을 세우는 기원으로 삼았다(上古歲名甲寅 甲子朔旦 夜半冬至 日月五星 皆合在子 故 有合壁蓮珠之瑞 以應顓帝建曆之元)…’
즉 배달국의 오성결집은 ‘천문류초’의 ‘일월오성개합재자(日月五星皆合在子)’ 기록에 명시돼 있는 것이다. 마치 고조선의 오성결집이 ‘환단고기’의 ‘무진오십년오성취루(戊辰五十年五星聚婁)’ 기록에 근거를 둔 것처럼 말이다. 전욱은 삼황오제(三皇五帝) 중 하나로 BC 2513년부터 BC 2436년까지 78년간 생존했다. 따라서 갑인년은 BC 2467년이라야 한다. 천문 소프트웨어를 돌리자니 가슴이 떨렸다. 무려 4500년 전 선배 천문학자의 기록을 후배가 맞춰보고 있는 것 아닌가!
정작 BC 2467년에 오성결집이 나오지 아니하자 숨이 막혔다. 하지만 BC 2471년부터 BC 2465년 사이에 오성결집이 무려 두 차례나 일어났다! BC 2470년 9월 새벽과 BC 2469년 6월 저녁 무렵으로 둘 사이 간격이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동지와 간격도 먼데 4000년 전 오성취루보다 더 과거인 4500년 전 일을 추정하다보니 어느 정도 오차는 불가피하다고 하겠다.
오성취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사실은 오성결집이 실제로 일어났고 옛 기록이 옳다는 것이다. 두 기록 중 ‘아침(旦)’에 일어났고 동지에 더 가까운 BC 2470년 9월 새벽 오성결집에 주목했다. 천문 소프트웨어를 돌려봤더니 BC 2470년 9월 중순 새벽 동쪽 하늘에는,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수성·토성·금성·목성·화성 순서로 오성이 늘어섰다! 특히 BC 2470년 9월 9일 새벽에는 해와 달 사이에 오성이 ‘주옥처럼’ 늘어섰다.
‘천문류초’ 기록은 비록 3년이나 오차가 있지만 이 오성결집을 기술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 오성결집은 처녀자리와 사자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자자리는 28수에 해당되지 않고 처녀자리의 각(角, α별 주위)과 항(亢, κ별 주위) 둘 중 각이 오성결집 중심에 가깝기 때문에 ‘오성취각(五星聚角)’이다. 하지만 다른 문헌에서 또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오성취각으로 정확하게 표기돼 있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왜냐하면 고조선의 오성취루도 정확하게 표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천문 소프트웨어로 확인한 오성취각. BC 2470년 9월 9일 새벽 5시 동쪽 하늘의 모습이다.
▲ 오성취각 상상도. 왼쪽부터 수성·토성·금성·목성·화성이다.
‘환단고기’는 삼황오제가 동이족(東夷族), 즉 배달국 사람들이었음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