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이 마음을 따라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죠…
불교 무술의 대가였던 범어사 청련암의 양익 스님이 지난 6일 앉아서 열반에 들었다.
좌탈입망(坐脫立亡). 죽음마저 마음대로 다루었다는 뜻이다.
스님의 열반을 계기로 무술 수행법 '불교금강영관(佛敎金剛靈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직계 제자 안도 스님에게서 불교금강영관과 양익 스님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1971년 양익 스님이 높이 4m에 이르는 범어사 일주문을 뛰어넘었다는 얘기는 사실입니까?" 안도 스님은 "경공술(輕功術)이라는 게 있다.
몸이 가벼워지는 것이다.
몸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마음 먹은 대로 몸이 따라가는 경지가 있다"라며 "스승은 몸이 마음을 따라올 수 있는 수행의 경지,심신일여(心身一如)를 입버릇처럼 늘 말씀하셨다"라고 했다.
"같은 새끼줄이라도 도둑에게는 목 조르는 흉악한 줄이 될 수 있지만 선한 이에게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생명줄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몸도,마음도 그 새끼줄과 같은 것입니다.
" 그는 "8~9년 전 스님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는데 길이 60㎝의 봉(棒)이 스님의 어깨와 팔의 윤곽을 따라 절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라고 했다.
호흡으로 기를 모을 때 물체를 부릴 수 있다는 것. 이른바 내공이다.
검도 고수가 내려치는 목검을 썩은 나뭇가지로 맞받았는데 오히려 목검이 부러졌다는 양익 스님의 전설도 다 같은 얘기다.
안도 스님은 "관법(觀法)이 중요하다.
몸과 마음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것이다"고 했다.
관법에는 앉아서 몸의 호흡을 골고루 돌리는 좌관(坐觀),다리와 허리로 서서 몸의 균형을 이루며 호흡 위주로 마음의 움직임을 관하는 입관(入觀),극대로 움직이면서 삼매에 드는 행관(行觀)이 있다.
입관과 행관에서는 호랑이 용 사슴 원숭이 곰 거북 학 등 7가지 동물의 움직이는 모습도 빌려오는데 "그것은 자연계에서 가장 훌륭한 자세를 빌려와 몸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안도 스님은 설명했다.
그는 "인간에게 가장 좋은 자세는 모든 운동의 기본 자세인 기마 자세이다.
허리와 관절을 강화시킨다.
기마 자세로 서서 명호나 진언을 1천독,혹은 1만독하는 것도 하나의 수행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안도 스님은 "스님은 신구의(身口意),몸동작과 호흡,마음 3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그것을 느끼고 바라보는 것이 관법의 요체"라고 했다.
"호흡으로는 억지로 하는 단전호흡보다 아주 자연스러운,마음이 맑아지면 저절로 이르는 태식호흡을 해야합니다.
" 그는 "무술이 출중해 공중부양을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스승은 관법을 통해 영육을 넘나들었다는 것을 차츰 알게됐습니다.
'구병시식'이라 하여 청련암에서 스님이 행했던 숱한 천도는 스님의 경계를 드러내는 일부에 불과합니다.
" 양익 스님의 맥을 이어받은 직계 제자들의 다수는,스님의 가풍을 따라 밖에 나서서 가르치는 걸 삼가하고 지금 토굴에 들어가 수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안도 스님은 "열반 전날,스님은 서류들을 사제 약연에게 맡겼다.
또 통도사에 들러 부처님 사리를 친견했다.
우리는 그 의미를 전혀 몰랐다"고 했다.
양익 스님은,불국사 문중으로 월산 스님의 상좌들인 경주의 허주 스님,진주의 종인 스님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무술승으로 꼽혔다.
양익 스님의 직계 상좌는 28명이며,양익 스님이 가르친 불교금강영관 연수원 출신들 모임(18명)이 있는데 모두 불교 무술의 고수들이다.
최학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