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이제 우리 헤어져
바람처럼 그렇게 없어지자
먼 곳에서 누군가가 북극곰을 도살하고 있는 것 같아.
차비 있어?
차비는 없었지
이별 있어?
이별만 있었지
나는 그 후로 우리 가운데 하나를 다시 만나지 못했네
사랑했던 순간들의 영화와 밥은 기억나는데
그 얼굴은 봄 무우순이 잊어버린 눈물처럼
기억나지 않았네
얼음의 벽 속으로 들어와 기억이 집을 짓기 전에 얼른 지워버렸지
뒷모습이 기억나면 얼른 눈 위로 떨어지던 빛처럼 잠을 청했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당신이 만년 동안 내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들여다보고 있었네
내가 만년 동안 당신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붙들고 있었네
먼 여행 도중에 죽을 수도 있을 거야
나와 당신은 어린 꽃을 단 눈먼 동백처럼 중얼거렸네
노점에 나와 있던 강아지들이 낑낑거리는 세월이었네
폐지를 팔던 노인이 리어카를 끌고 지하도를 건너가고 있는 세월이었네
왜 그때 헤어졌지, 라고 우리는 만년 동안 물었던 것 같네
아직 실감나지 않는 이별이었으나
이별은 이미 만년 전이었어
그때마다 별을 생각했네
그때마다 아침에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던
다리 밑에 사는 거지를 생각했네
수수께끼였어,
당신이라는 수수께끼, 그 살[肉] 밑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잊혀진 대륙들은
회빛 산맥을 어린 안개처럼 안고 잠을 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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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우리 생의 뒷페이지에 이처럼 암호처럼 빛나는 사랑이 있을 것이다. 가슴 아릿하게 저민 사랑을 유적인듯 남몰래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얼마나 아팠으랴.수수께끼처럼 어긋나야 할 사람들, 빗나간 인연으로 새겨지는 일. 우리 사는 일이란 서로가 인연이거나 인연이 아니거나 다만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 그리하여 옷깃이 한번 스칠 때마다 오백 겁 인연에 의해 우리서로 들고나며 여기를 건너가는 것.이 삶은 무모한 전쟁이 아닐까 아무것도 없는 신기루에 대한 치열한 논쟁. 가을빛이 환하다.
<신지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