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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망 속의 물고기
장종권
그물망에 갇혀있는 물고기 눈동자에 일몰이 걸린다. 촉촉한 생각이 만화경으로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그물망에 갇혀도 마음은 호수다. 태어날 때부터 자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누군가로부터, 또는 누군가를 향하여 물고기는 항상 갇혀 있었다. 눈동자의 물기가 더욱 촉촉해진다. 생각이 자꾸 늘어난다. 그물망의 정체는 그러니까 너이기도 하고 나이기도 했던 것이다. 언젠가는 나가야할 그물망이 당장은 안식처일 수도 있다. 무덤은 꽃밭이고 어머니의 옥양목 앞치마이다. 탈출을 도모하면서 언제든 반역을 꿈꾸는 현재는 그물망 속이다. 스르르, 어떻게 세상으로 나갈 것이냐. 거기 다시 생명이 과연 있을 것이냐. 그물코를 물어뜯어 구멍을 내놓고도 한참동안 왔다갔다 망설인다. 어차피 달아날 구멍은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나가지 못한다. 누군가가 등을 떠밀어주길 고대한다. 나가라, 나가라, 더 넓은 저 세계가 너를 기다린다. 하지만 누가 아느냐. 훌륭한 미끼는 언제나 위대한 가치로 유혹하기 때문에 다시는 그 미끼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미끼에 걸려 그물망에 갇힌 한 마리 물고기에게 이제 세상의 모든 것은 미끼에 지나지 않는다. 너도 나도 모두가 미끼일 수 있다. 꼬리를 흔들면서 등을 돌린다. 터진 그물망 속으로 세상이 불쑥 들어온다. 아, 그물망 속에 갇혀있는 물고기 눈동자에 황홀한 일몰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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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가 우리의 존재론적 근원을 확연히 일깨워준다. 이 세상은 무엇인가. 더욱이 이 가시적인 세상을 살며 너나 할 것 없이 함께 부대끼며 삶을 꾸려가야만 하는 이 현실은, 이 제한된 시간적 목숨들은, 과연 어떤 그물에 걸린 채 살고 있는가. 시인의 섬세한 직관은 그 실상의 세계를 일거에 꿰뚫는다. 삶이란 너와 나의 인연이 만든 그물에 갇힌 한 마리의 물고기와 다름없다는 것을 시인은 예리하게 묘파한다. 서로가 미끼가 되어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인드라망처럼 촘촘한 인간관계속에서 또는 세상이 쳐놓은 제한된 인습과 세속적 관계의 그물로 얽히고설킨 채, 끊임없이 불화와 갈등 속에서 탈주를 꿈꾸는 존재, 그리고 스스로를 이끌고 살아가야만 할 부조리한 우리의 실상임을!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자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 저 그물망 속에 갇힌 한 마리의 물고기가 아니랴.
장종권 시인은 전북 김제 출생, 1985년『현대시학』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누군가 나의 방문을 두드리고 갔습니다> <가끔가끔 묻고 싶은 말> <아산호 가는 길> <꽃이 그냥 꽃인 날에 >등이 있으며, 세계명시선 <너를 위해 내 사랑아>장편소설 <순애>가 있으며, 인천문학상, 성균문학상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계간 [리토피아]주간. 신지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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