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아리랑 - 하운 시집
(작가기획시선)
뉴욕에서
본명 하명훈 (Edward Myunghoon Ha)1971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졸업1996년 월간 《문학 21》 시 부문 등단2000년 계간 《시대문학》 시 신인상 수상2002년 하운 시집 『징소리』 출간2014-2015년 미동부한인문인협회 회장 역임재임시 협회연간지 《뉴욕문학》을, 영문 《New York Literature》를 출간현재 뉴욕의과대학 재활의학과 임상조교수PEN AMERICA 회원
시인의 말1부 징소리는 아직도봄의 첨병 15세상 보기 16촛불의 얼굴 18오아시스 20촛불과 봄비 21꽃시샘 31017 22조국아, 조국아 23봄 길에서 24산을 봐, 산을 25우리의 현주소 26사쿠라의 기억 28나무도 아닌 것이 30돌아오기 31역사 세우기 32징소리는 아직도 33절망 34때 362부 뉴욕 아리랑브로드웨이에서 39너를 위한 노래 40나는 독도다 42세월의 만남 44바람소리 꽃 46선생님 484월의 영전에 바치는 글 49고 김수환 추기경님 영전에 올리는 글 50신문과 결혼한 여자 52니콜네 할부지 54웨스트 아이스립의 사나이 56갈대 마당 58만추의 초대 59어느 사진작가 60뉴욕 아리랑 62길 64노든 블레바드 풍경 65오크랜드 호수 663부 계절은 오간다봄볕 71봄날 72어느 여름 73가랑잎 74낙엽의 길 75가을의 연인들 76샌디는 가고 78겨울숲 80눈 내리는 밤에는 814부 산다는 것은꿈을 위하여 85침실에서 86당신은 87고독 88여정 89마른 갈대 90비오는 장터 92삶 (1) 93삶 (2) 94모를 일 95가랑비 96모순 98아, 2020년 99술 한잔 100하얀 꿈 101황혼에 서서 1025부 여행길에서꿈이여 105시를 위한 변명 106장강은 서럽다 108무릉도원을 찾아서 109나는 신선이었다? 110예술을 위하여 111이별 112바다야 113인어공주 판타지 114누구에게나 희망은 있다 116이과수 폭포 118땅끝마을에서 119해설 / 시를 통해 세상을 만나는 창의적 방식_김종회 122
매화는 눈물겹게 봄소식 전하건만벌 나비 날지 않고 새소리 멈추었다매화야 울지 말거라 아픈 가슴 천지다.지천을 가득 메운 저 아우성 못 듣는가막혀버린 동맥 열어 의식은 다시 산디매화야 미소 짓거라 너의 눈물 값지다.싸구려 눈물 없고 희생 없는 자유 없다개나리 여유롭다 참꽃은 그냥 피나매화야 가슴 펴거라 너의 향기 넘친다.- 「봄의 첨병」 전문, 본문 15쪽아픈 기억 가라앉은 가슴저 붉게 흔들리던 6월에종말을 고했는가어쩔 수 없이 우리는 다시절망의 벽 사이로 돌아오고 말았나오늘도 비틀거리며희망이 있기나 한 것인지도모른다.항시 우리를 부르고 있는은근한 그 소리가 적삼 밑을비집고 들어도벽에 매달린 고통으로그 울림 의식할 여유가 없다.내 탓 네 탓 타령도 풀이 죽고다시 체념의 늪은 깊어 가는가벽은 미동도 하지 않고우리의 기도는 다시 시작된다초가삼간 지켜주는 초롱불아직은 깜빡이고 있다.- 「징 소리는 아직도」 전문, 본문 33쪽누가 가라 오라 했나나 여기 삶을 열었다마천루 숲의 사과는사시사철 익어가고우리네 인생도 간다.목이 메이는 애국가나와 너의 노래세월이 갈수록 짧아져끝내는 부를 수가 없다이별가였구나.쌍둥이 빌딩녹아내릴 때 분한 마음연평도 피폭으로피멍 들고샌디가 쓸어낸 가슴도남의 가슴이 아니지.누가 오라 가라 했나너와 나 마천루 넘어서 간다.- 「뉴욕 아리랑」 전문, 본문 62-63쪽
하운 시인의 새 시집 『뉴욕 아리랑』에는 5부로 나뉘어 총 72편의 가편들을 수록하였다. 이 시집은 그가 스스로 발화한 세계관이요 인생론이다. 그의 세계에는 연하고 부드러운 봄기운의 시가 있는가 하면, 엄혹한 현실을 견디고 이기는 겨울날의 시도 있다. 그는 시를 통해 세상을 만나는, 자신만의 창의적인 글쓰기를 선택했다.1부 「징소리는 아직도」는 힘든 세상과 험난한 삶의 환경을 여러 모양으로 보여주면서, 그 질곡을 넘어 새로운 소망을 지향하는 시적 화자의 의지를 담아내고 있다. 이 시집에는 시와 시조가 함께 자리하고 있으며, 분량이 많지는 않으나 사뭇 단단하게 축조된 시조의 언어들은 이 시인이 우리 시의 전통적 형식에 만만찮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증거 한다. 이 시인의 시에는 네 계절 가운데서도 봄에 대한 관심이 많고 그 형상화에 진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에게 있어 계절로서의 봄은 삶의 여러 굴곡을 넘어 마침내 도달할 목표 지점을 상징한다. 그런 만큼 그의 시들은 내일에의 소망이 시의 행간에 잠복하는, 보다 진전된 창작의 방식을 동원한다.가끔은 안경을 벗고 세상을 본다굴절된 빛이 그리는 낙서 투성이인 세상연습이라면 좋았을 세상을적당히 보아 넘긴다, 미치면 안되니까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세상이 얼마나 측은했는지눈보라는 어설픈 감정 얼룩진 세상을몸 부수어 쓸어안고가을부터 건들거리며 서 있는허수아비를 허수아비라 확인해 주고 있다왜 안경이 필요한가 농장에서는 수확이 별로 없었다바람 부는 날, 바람결에 몰려오는알갱이와 쭉정이를가려내기 힘겨워 비틀거린다북서풍이 휘몰아치고 있다새해 첫날부터 비가그것도 겨울비가 멎을 줄 모르고 있다비가 멎으면 안경을 끼고낙서와 얼룩이 씻겨나간 자리에서연습 끝이란 팻말을 확인하고새롭게 돌아가는 세상을 보고 싶다- 「세상보기」 전문이 시인이 시의 첫머리에 떠올리는 세상은 언제나 ‘문제적’이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세상이 ‘얼마나 측은’했는지 모른다. ‘가을부터 건들거리며 서 있는 허수아비’ 또한 그렇다. 그래서 화자는 ‘가끔은 안경을 벗고’ 세상을 본다. 적당히 보아 넘기기 위해서다. 농장에서는 ‘수확이 별로’ 없고, ‘알갱이와 쭉정이를 가려내기’가 힘겹다. 새해 첫날부터 비가, 그것도 겨울비가 멎을 줄 모르고 있으나 시인은 결국 ‘새롭게 돌아가는 세상’을 보고 싶어 한다. 이 새로운 세상의 형용이 시인에게는 곧 ‘봄’이다. 「꽃시샘」에서 ‘조만간 밀어닥치는 봄기운’이나, 「봄길에서」에서 ‘숨결을 터주는 봄볕’이나, 「돌아오기」에서 ‘봄이 오는 거리’가 모두 그렇게 봄을 노래한다.또한 이 시인에게 있어 ‘징소리’는 세상의 어떤 소리보다 더 특별하며, 앞서 언급한바 그의 첫 시집 표제이기도 하다. 거기에는 ‘저 붉게 흔들리던 6월’과 같은 역사의 기억이 있고, ‘우리가 다시 돌아오고 만 절망의 벽 사이’와 같은 체험의 기록이 있다. 삶이 곤고하고 절박하여, 희망의 날을 찾아 ‘그 울림’을 의식할 여유가 없다. 그런데 ‘벽은 미동도 않고’ 있는 그 패퇴와 멸절의 자리에서 ‘우리의 기도’는 다시 시작된다. 이 재생과 회복의 국면을 끝까지 붙들고 있는 것이 이 시적 화자의 의식이요 정체성이다. 「촛불의 얼굴」에서 ‘모든 이들의 기도’나 「촛불과 봄비」에서 ‘온 누리 채워주는 빛’이나, 「조국아, 조국아」에서 ‘난초꽃 바람 헤치며 피는 날’과 같은 소망의 언어들이 하운 시 세계의 중점적인 요목들이다.2부 「뉴욕 아리랑」에 실린 시들 가운데 몇 편은 이와 같은 관점에서 시인의 사유를 표현한다. 동시에 2부의 많은 시편이 계절이나 절기 또는 지인들의 삶에 대한 축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시인이 가꾸어온 인간관계나 세상살이의 방식을 짐작하게 하는 시들이다.한여름 태양 아래너의 갈증이 생과 사의 그림자를번갈아 불러올 때기쁨과 후회가 엇갈리는마음을 졸였다단풍마저 떠난 후눈 속에서의 외로움을 이겨낸 너너의 가슴을 안고 싶다겨울 녹이는 계절이더 높은 하늘 끝없는 평원이네게 미소를 보내고 있다- 「너를 위한 노래」 부분이 시의 화자는 시인 자신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어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절실한 감정이 전달되어 오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 ‘나’의 상대역으로 ‘너’가 등장한다. ‘너’가 처한 상황은 각박하고 어려운 환경을 보여주고 있다. ‘찬 바람이 휘감는 이 밤’을 견뎌야 하고, ‘꽃샘바람이 빗발을 날리던 날’에 집을 나선 형편이다. ‘너의 갈증이 생과 사의 그림자를 번갈아 불러올 때’ 시인은 마음을 졸이며 지나왔다. 그리고 ‘눈 속에서의 외로움을 이겨낸 너’에 대한 기대를 표출한다. 이 시는 그러므로, ‘너’의 새로운 삶과 그 지평을 희구하는 ‘나’의 간곡한 권면에 해당한다.꾸밈없는 욕망, 예수의 수난과연관하여 생각해 본다당당한 풍모로 점잖 빼며 걷고 있다극장에서 카바레 그리고 여인숙으로브로드웨이 무지개 불빛이거침없는 방탕, 기쁨 함께 태우고 있다브로드웨이에서 꿈꾸듯이 서성이며눈부신 거리를 응시한다, 다만내 마음, 나의 가슴은 외로워- 「브로드웨이에서」 부분이 시는 Claude Mckay라는 시인의 시를 번역한 것인데, 이 시집에서 하운 시인이 세계 최대의 도시 뉴욕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시다. 뉴욕하고도 그 중심에 있는 브로드웨이에서 원작자 시인이 지닌 감성은 활발하기 이를 데 없다. ‘생기 있고 거침없는 나의 발길’이 ‘화려한 길’을 서성이고 있다. 그러나 브로드웨이의 ‘밝고 환상적인 붉은 빛’ 속에 ‘내 마음, 나의 가슴’은 외롭다. 이 상대적인 감정의 대립은, ‘꾸밈없는 욕망’과 ‘예수의 수난’이라는 또 다른 대칭적 발화 방식을 불러온다. 그 ‘눈부신 거리’와 ‘나의 외로운 가슴’은, 기실 시인만의 감각일 리 없다. 우리 모두 그와 같은 양가적(兩價的) 삶의 기반 위에서 오늘과 내일을 이어가고 있는 터이다. 하운은 그에 공감하여 이 시를 여기에 수록한 듯하다.3부 「계절은 오간다」는 그렇게 시인이 경험한 사계절을 순차적으로 그려나가는, 계절 시의 모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봄은 1부에서와 마찬가지로 따뜻하고 온화하다. 여름은 끝없는 창공과 푸른 바다로 싱그럽고 활달하다. 가을은 가장 편수가 많고 추억과 그리움으로 편만(遍滿)하다. 그리고 겨울은 인내와 자기 성찰의 면모를 보인다. 네 차례 계절이 변화하고 또 이어지는 가운데, 시인의 관점은 여전히 희망적이며 시가 삶의 빛이자 그림자임을 의식하고 있다. 시가 시인에게, 시인이 시에게, 서로 유능하고 유익한 동역자(同役者)임을 증명하는 듯하다.가랑잎은 가랑비도소슬바람마저 뒤로하고겨울로 가는 길을 걷고 있다여정의 끝 마당그 자리에는 봄이 있으랴- 「가랑잎」 부분이 시의 제목 ‘가랑잎’은 활엽수의 마른 잎을 뜻한다. 그 마른 늦가을의 가랑잎이 가랑비, 가늘게 내리는 비를 부르고 있다. 계절이 늦은 가을인 터라 ‘이루고도 못 이룬 어제의 꿈’이 있다. 이제 그것을 접어야 하는가라고 시적 화자가 묻는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계절로서의 가을이 인생 행로의 후반기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으며, 세상을 살 만큼 산 후에 지난날의 꿈을 되돌아보는, 반성적 자기 점검의 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가랑잎과 가랑비가 소슬바람, 으스스하고 쓸쓸하게 부는 가을바람을 뒤로 하고 겨울로 가고 있다. 시인은 이 행로의 다음 여정(旅程)에 봄의 자리를 상정하고 있다.눈 내리는 밤에는편지를 쓰리라…...중략...오늘 아침나절까지주룩주룩 내리는 비철없는 겨울비가철들어 눈 내릴 때까지사연을 접어둔다- 「눈 내리는 밤에는」 부분계절이 바뀌어 바야흐로 눈 내리는 밤, 겨울밤이다. 우리가 해마다 겪는 계절의 변화이지만, 거기 촌보의 양보도 없는 엄정한 규범이 있다. 낙엽이 지고 나면 그해에 꽃이 피지 않으며, 겨울이 가고 나면 봄이 온다. 시인은 눈 내리는 겨울밤에 편지를 쓰겠다고 한다. ‘현란한 춤사위로 겨울밤을 흔들던 눈보라’가 문득 세상을 덮은 한 장의 편지지다. 편지지는 겨울을 장식하는 눈과 비의 행태(行態)에 밀접하게 잇대어져 있다. 시인은 이 겨울의 유형화한 관념 가운데, ‘사연을 접어두는’ 기다림의 미덕을 익히기로 한다.4부 「산다는 것은」의 시들은 그와 같은 각성의 의의를 일상적인 삶 속에 매설한 사례가 많다. 「당신」에서는 그 상대역과의 대화를, 「여정」에서는 홀로 나서는 삶의 기쁨을, 「모순」에서는 검사실(檢査室) 앞에서 나의 모습을 새롭게 설정한다. 이는 시인이 자신의 시를 통해 수확할 수 있는 최상의 결실이기도 하다.작은 침대가 나는 좋다그녀는 잠들면 미동도 않고나는침대의 가장자리를 지킨다그녀의 숨결은 창가의파도 소리보다 멀고체취는 이름 모를 섬의꽃향기보다 엷다손을 내밀어도 아니 닿고발을 이리저리 휘저어도걸리지 않는다- 「침실에서」 부분이 시의 화자는 ‘작은 침대’가 좋다고 언명(言明)한다. ‘몸은 멀고 마음은 김치 국물을 마시는’ 지경이니, 침대의 크기로 남녀 간의 심정적 거리와 간격을 재고 있을 뿐이다. 여기서 작은 침대가 좋다는 시인의 심사는, 단순한 거리 개념이 아니라 양자 사이에서 회복해야 할 간격의 문제를 의뭉스럽게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그 간격을 깨달은 데서, 그의 각성이 제 역할을 다한 셈이다.5부 「여행길에서」는 시인의 여러 여행 경력과 그로부터 추수된 경륜이 어떻게 시화(詩化)하는가를 보여준다. 장강(長江)이라 불리는 양자강, 황룡의 무릉도원, 선경(仙景) 황산, 그리고 장가계와 아미산 등 중국의 명승(名勝)을 찾아다닌 족적(足跡)이 시심(詩心)과 만나 여러 편의 시가 되었다. 그런가 하면 유럽에서는 신화를 만나고 남미에서는 크루즈의 바다와 이과수폭포를 만난다. 이렇게 여행길에서 시를 얻거나 시를 위해 여행을 떠난 시인은 행복하다. 이때의 시는 우리 삶의 유용한 나침반이 되기도 한다.포에틱 시티(Poetic City)에서 한 줄의 시도 건질 수 없다이백을 앞세워 내노라 하는 저들이 읊조린 시어들을상상조차 할 수 없으니 시를 접어야 하나양자강은 백제성을 흙탕물로 채워진 호수의 섬으로 만들고협곡에서 소용돌이를 일구는 바위는 어부들의 생명을 위한다폭파되어 강둑의 마을과 함께 수장되었다, 수심은 깊어져이제는 큰 뱃길일 뿐 이백이 어울리던 협곡은 아니다- 「시를 위한 변명 - 백제성에서」 부분백제성은 중국 쓰촨 성(四川省) 동쪽, 후베이 성(湖北省)과의 경계에 위치한, 바이디 산(白帝山) 기슭에 있는 옛 성이다. 삼국시대 유비가 죽은 곳이며, 가까이에 공명팔진도의 유적이 있다. 시선(詩仙) 이백과 시성(詩聖) 두보 또한 각자의 시문으로 백제성을 노래했다. 시인 하운은 이 도시를 포에틱 시티(Poetic City)란 도전적인 호칭으로 명명한다. 하지만 산천은 이미 과거의 것이 아니며, 이백이나 두보와 어깨를 견줄 시상(詩想)을 떠올릴 수도 없다. 그래도 시인은, 머나먼 세월의 상거(相距)를 넘어 그 역사적인 자리에서 한 수 시의 의미를 궁구(窮究)한다. 그는 옛터 여행길에서 시와 삶의 해묵은 숙제와 마주 섰던 것이다.그리고 또 한 편의 시 「누구에게나 희망은 있다」 에는 서구 문명의 두 흐름,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가운데 헬레니즘의 발원이라 할 그리스 신화의 세계가 담겨 있다. 이 신화 세계의 주신(主神) 제우스와 그의 형제인 포세이돈, 또 아테네와 아프로디테가 연이어 등장한다. 신의 곁에 있었던 에로스의 연인 프시케, 철학과 의학의 태두(泰斗) 소크라테스와 히포크라테스가 인간의 대표 격으로 시 속에 자리를 갖고 있다. 왜 시인이 이 시에 ‘누구에게나 희망은 있다’라는 제목을 붙였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신과 인간의 세계를 가로지른 이 영웅적 캐릭터들의 운동 범주는, 불가능한 것과 가능한 것 사이의 공간을 하나의 꿰미로 묶어내는 곳까지 이른다. 헬레니즘의 문명적 특성은 신과 인간의 교유(交遊)에 있고, 그러기에 이 시의 발원지는 인본주의의 시발과 동일한 맥락에 있다.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하운의 두 번째 시집 『뉴욕 아리랑』은, 그 표제가 지칭하는 것처럼 뉴욕에서의 삶과 일상적 풍경을 그리는 데 집중하지 않았다.”며, “비록 시인이 뉴욕을 무대로 자신의 날들을 지켜가고 있으나, 시적 탐색의 대상은 온 우주에 산포(散布)되어 있다”고 평한다. 또한 “그에게 있어 시가 삶의 다른 이름”이며, “시가 없이 그가 행복할 수는 없을 것”이이며, “그것은 이를테면 시인의 숙명이기도 하다”고 말한다.독자들이여, 하운 시인의 시집 『뉴욕 아리랑』의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메타포 속을 거닐며, “시를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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