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끌어당기는, 파랑 -임금옥 시집
(상상인 시인선 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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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감정의 단일은 동시대에도 나타나지만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그때의 감정은 그 관계를 결속시킬 뿐만 아니라 시간성까지 지속시킨다. 그것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가족이다. 외적 결속은 혈연으로 내적 결속은 그리움으로 각각 완성되는 가족 관계는 한 시대의 표상인 동시에 개인과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건강성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이 해체되어 가고 가족이라는 정서마저 흐려져 가고 있는 이 시대에, 가족에 관한 서정을 다양한 측면과 각도에서 그리고 다양한 감정의 층위에서 시적 형상화로 보여주는 『기억을 끌어당기는, 파랑』은 가족처럼 그립고 소중한 시집으로서의 가족집이라고 하겠다.
-이종섶(시인·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시인의 말
흐려지는 눈빛의 희망
따뜻한 말 한마디
한 모금 시 향기
어두운 터널의 등불
회오리바람에도 꺼지지 않기를!
2024년 봄
임금옥
시집 속의 시 한 편
지금은 이별해야 할 때
빨간 제라늄에 눈맞춤 하는 빗방울
길을 내는 창문
밀어로 쓴 이름 지워가며
헝클어졌던 삶의 여정
작은 웅덩이에 푼다
안갯속 헤매던 잎새 끝 빗방울
조카 눈망울 되어 반짝이다
파문 일으키며 흐려진다
젖은 구두에
가느다란 발을 집어넣은 여름
고샅길 에돌면
쓰라린 가슴 소낙비에 젖는다
이승의 끈을 놓고 홀연히 떠난 먼 길
산 노을에 물든 언덕
들꽃 되어 다시 오겠다고
흔드는 손 하나
해를 품은 씨앗
꺾어진 무릎에 떨리는 전율
간절한 염원으로
홍련암에 앉아 엉킨 실타래 푼다
한 가닥씩 늘어놓은 문장들
기억을 끌어당기는, 파랑
깊은 바닷속 낱말들이 솟아오르는 수평선
동쪽 하늘 붉게 물들면
시샘하는 먹구름 한 자락 길게 늘이고
하얀 모래톱 삼켰다 토하기를 반복하는 빨간 점
거대한 바다를 뚫고 떠오른다
합장한 두 손 가슴 사이 묻은 한 생
심장 깊은 곳에 박혀 있는 경전 한 권
간절한 염원의 씨앗이
속눈썹에 매달려 글썽거리다
바다가 펼쳐 놓은 문장을 읽는다
눈 부신 태양 속에
갖 움 틔운 연둣빛 새싹
물결 따라 맑은 웃음이 헤엄친다
목차
1부 연둣빛 서간문
살구꽃으로 피는 밤
흙담을 다독이는 민들레
그림자 그림을 그리며
식지 않는 이름으로
한가득 조팝
오월을 돌고 도는 소리
서간문에 밑줄 긋기
모닥모닥 타오르는 노을
눈동자 속에 핀 나비꽃
모시 한 필
달팽이들의 귓속말
아버지와 혼수
단칸방
처서
가을이 붓을 쥔다
2부 달빛 걸어 놓은 대문
간이역에 누운 별
한 끼의 다정함으로 한 생이 따뜻해서
여덟 개의 그림자가 끌어안은 밤
눈빛 재단사
왼손 수묵화
채워도 비는 자리
내 마음의 두레박
꾹꾹 밟아야 일어나는 보리처럼
흐려진 문장이 흐르고
그들의 잔치
그가 허밍으로 달리는 길
흉터를 베고 누워
헌 옷에 인연을 싸고
우는 자리
3부 붉게 물든 서녘에 어둠이 자박이고
향 그리기
너도 발끝에 봄을 얹어 봐
다섯 개의 흔들리는 바람
세쌍둥이
해가 징검징검 건너는 다리
마중물
메기의 추억
내 안의 허기
타는 달
거울 얼굴
이제는 입추
구절초를 달이는 중입니다
구름산 도서관 1
출렁거리는 나무
구름산 도서관 2
4부 바다가 펼쳐 놓은 문장
빈집
봄산통
톡 터지는 가을
바람으로 닫는 오후
함지박 편지
여기 좀 보세요
불량한 신호등
우체부를 기다리는 산골
햇볕밥
팔봉산에서 기다릴래요
은하향수
새파랗게 소풍 가요
멍석에 핀 꽃
낙화
해설 _가족의 서정을 복원하는 대서사
이종섶(시인·문학평론가)
저자 약력
· 충남 예산 출생
· 2014년 『한울문학』등단
· 대구대학교 현상공모전 최우수상, 예인문학 우수상 수상
· 시집 『여덟 개의 숟가락』 『찻잔에 빠진 달』 『기억을 끌어당기는, 파랑』
78gold2@hanmail.net
임금옥 시집
상상인 시인선 054 | 2024년 5월 8일 발간 | 정가 12,000원 | 128*205 | 138쪽
ISBN 979-11-93093-51-1(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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