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낯선 별에 던져진다면 - 김건희 시집
(상상인 시인선 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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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시인은 몸 안과 몸 밖의 세계에 주의를 집중한다. 이러한 세계에는 시간과 공간으로서의 지평이 있기 마련이다. 유기체인 몸은 결국 자아성과 타자성의 결합으로 지향한다.
자신을 외적인 실재에 맞서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받은 인상을 객관화시켜 바깥 세계로 확
산한다. 이는 자아를 완성하는 순간이다.
김건희 시인의 시집 『오렌지 낯선 별에 던져진다면』을 통해 몸에 관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몸 안의 세계를 탐색하던 시인은 몸 밖의 세계로 나아갔고, 몸 밖의 세계에서 더 넓은 세계, 더 나아가 “낯선 접시별”인 우주로까지 송신을 한다. 이러한 시인의 모색은 생이 혼자만이 걷는 길이 아니고 우리 모두 함께 걷는 길의 지평 위에 있기 때문에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다. -이구한(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시인의 말
피고 지는 꽃말을
꽃대 밀어 올리는 원형의 힘을
몽당연필의 존재를
금세 낡아 버리는 단어의 행간을
나는 모른다
한 문장으로 사그라드는 감정을
사방으로 흩어지려는 은유의 중력을
부스럭거리는 반어 또한 나는 모른다
맨발의 내가
그대에게 깃발을 꽂으려
한 발 한 발 다가갈 뿐이다
2024년 봄
김건희
시집 속의 시 두 편
오렌지 지구본
남극과 북극을 빙빙 돌린다
자유로운 영혼일수록 침이 고이고
껍질은 오래전부터 탈출을 꿈꾸었을 것
귀퉁이 쪼그라든 오렌지
살빛 다른 이들에게 한 쪽씩 나누어졌을 것
꽃을 꺾은 자에게 손을 모은 바라나시*가
전설보다 더 오래 산다 해도
어찌 오렌지 역사만큼 살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끝이 보이지 않던 갈림길에서 달려 나온 바퀴는
바빌론에서 풀려나온 눈빛이다
눈 감고 입을 열어 과즙 한입 삼키면
쓴맛 단맛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껍질 잃은 알맹이가 초라하다지만
어느 낯선 접시별에 툭 던져진다면
오렌지 아닌 다른 이름이 되어도 좋다
내일은 어디에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 인도 북부의 도시.
바닥엔 바닥이 없다
바닥에 떨어지면 닿는 바닥은
멀고도 가깝지
바닥은 바닥을 볼 수 없다
단단한 바닥일수록
깨지는 아픔은 크고
우뚝 멈추는 곳에서
금세 튕겨 올리는 스프링
햇살 비켜 간 골목길로 떨어졌을 때
푹신하게 받아 주는 바닥
여기가 끝이라고 생각할 때
슬그머니 사라지는 바닥
피멍 곱씹은 땅
이슬 내린 뒤에야 들국화가 스르르 일어나는 걸
바닥 없는 바닥에서 알게 됐지
목차
1부 흰 눈썹에 가둔 새의 숨소리
나는 퍼즐러
직립이 모호하다
끝까지 징
저물지 않는 눈동자들
금빛 비늘
뭉크에게 말 걸기
여윈 달력
수메르
every day
제비꽃 자리
휘파람 기도
중절모 신사와 기린
2부 저 붉은 꽃잎의 문을 두드리면
백일홍 뜰에서
소리 타고 흐르는 것
바람이 그린 그림
상수리 경전
사시나무에게 주문 걸기
바닥과 내통하다
동백으로 부르는 노래
보자기꽃
연인
무모한 반란
비 끝
알사탕
워너비wannabe
우산의 방향
몰입하는 일이란
3부 달의 이면에 숨은 문장
포스트잇
자체발광
김밥서체
달의 이면
맥놀이
아수라 침술원
엔젤트럼펫
젖은 금요일
바다제비 펜션
그리하여 수리하다
눈 밖의 눈
엘리베이터 부족
뿔들의 크리스마스
잎말이나방
묘수가 없어서
4부 벌겋게 익어갈 나의 사과들
회심곡
기린에게 보내는 송신
벌통론
자리바꿈
은밀한 착지
조우
메르디앙
장미가 질 거라는 예보는 없었다
오늘의 동선
적천사 은행나무
미완의 큐브
한꺼번에 노루
나빌레라
프라하 프라하
해설 _ 몸 안과 몸 밖의 세계, 그 합일 정신
이구한(문학평론가)
저자 약력
. 『미당문학』 신인작품상
· 시집 『두근두근 캥거루』 『오렌지 낯선 별에 던져진다면』
· 2016 동서문학상, 제1회 해동공자 최충문학상 수상
· 한국시인협회, 대구시인협회, 문인협회 회원
· 『미당문학』 편집위원
gunhee62@hanmail.net
오렌지 낯선 별에 던져진다면
김건희 시집
상상인 시인선 051 | 2024년 3월 15일 발간 | 정가 12,000원 | 128*205 | 134쪽
ISBN 979-11-93093-46-7(03810)
도서출판 상상인 | (06621)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74길 29, 9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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