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로 은유하는 밤 - 이규자 시집
(상상인 시인선 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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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새가 땅 위에 그렸던 제 그림자를 지우고 날아오르듯 시인도 시의 발화점을 찾고 언어라는 질료에 묘사와 상상력을 더하여 저마다의 색채와 생명력 있는 문장으로 시 세계를 펼쳐나간다.
이규자 시인의 시가 그렇다. 일상 속에서 발아한 시의 씨앗은 갖가지 상상력으로 싹 틔우고 가지 뻗어 나무로 자라서 시의 꽃을 피운다. 그가 가꾼 시의 나무에서 날려 보낸 새들은 상상력의 하늘을 날아다니다 폐곡선을 그리며 돌아와 시의 구조를 완성시킨다. 그래서 그녀의 시는 허무하거나 맹랑하지 않고 안정감이 있으며 구조 또한 단단하다.
시인이 정성으로 묶은 시집 『낙타로 은유하는 밤』은 그 춥고 긴 겨울을 뚫고 온 매화처럼 독자의 기다림을 시적 감동으로 이끌어 주며 그의 시에서 풍겨 나오는 아우라는 따뜻함이다.
- 이영식(시인)의 해설 중에서
시인의 말
詩가
내 삶의 경유지가 아니라
목적이 되어가는 중이다
지식보다
지혜가 더 소중함을
너무 늦게 안 것은 아닌지
2024년 봄
이규자
시집 속의 시 두 편
십자
서랍장 문이 덜렁거려
드라이버로 조여 주니 단단하다
살다 보면
나도 흔들릴 때가 있지
주저앉기 일보 전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손이
바로잡아 주고는 했어
나를 다루는 솜씨 그만이야
심신이 노곤하고 삐거덕거릴 때
고정해 주는 그 무엇,
十字는 마음 넉넉히 쓰라
一字는 내려놓으라는 처방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갈등의 고리가 생기려 할 때
슬며시 조이고 뚝딱 풀어주기도 하는
신의 한 수
진분홍 봄을 매달고
봄빛에 무르익은 산비탈은 도원이다
늙은 복숭아나무들
진분홍 봄을 매달고 다시 싱싱하게 살아난다
노구의 몸으로
당당히 서 있는 저 모습
세파에도 꿋꿋하신 내 아버지 닮았다
밭둑 사이로 다가온 얼룩진 일기장
갈피마다 피어난다
겨울이면 밤새 복숭아 봉지 만들고
산기슭 오르내리며 광주리에 담았던 시간들
그 땀의 열매로 키운 칠 남매
잘 익어 이제는 단맛이 흐른다
아흔다섯
고목이 되신 아버지
묵정밭이 된 고향 밭뙈기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하다
저곳은 누가 지킬 것이며
세월은, 또 나를 어디로 데려갈 것인가
노구에 매달린 연분홍 꽃 구릉이 아름다운 봄날
애꿎은 복숭아밭을 서성이며
늙은 아버지는 꿈을 꾼다
무릉에서 도원까지
목차
1부 나뭇잎 사이로 열린 하늘
망초의 이주
동화역
파치
숲속엔 또 한 사람의 내가
세대교체론
말의 유목
비내섬의 물거울
빈집
스피카 계절
척
어느 날의 이름으로
다시
2부 기웃거리는 계절을 당겨
모천으로 회귀
베레모의 남자
흐르는 본능
불완전한 암호
이따금
봄은 sale 중
나름
서성이며 솔밭을 받아 적네
어느 선택
밑줄의 덫
소통
제5의 계절
한 잔의 태풍
3부 하나와 하나 사이
엿보는 봄
동백꽃이 피어서
서툰 사랑법
가장 따듯한 위로
행복 바이러스
나란히 걷는 11월
엔틱의자와 놀다
고흐의 저녁
개미 박멸기
휴화산생각 없는 폭우
line 위에서
목련 유감
단단한 사이
4부 그림 한 점 빗물에 번진다
브레이크타임
질문의 순간
전봇대에게 전해 듣는 말
낙타로 은유하는 밤
개량 수세미
양귀비 치맛자락에 앉아
숲 한 권에는 나무 한 행과 새 한 행과
기다림으로 일렁이는 바다
빗줄기는 되감기고
송년 연가
사랑차
물의 입
해설 _폐곡선 위에 날개 펴는 시
이영식(시인)
저자 약력
· 2003년 『문예사조』 수필부문, 『한국예총』 시부문 등단
· 시집 『꽃길, 저 끝에』 『낙타로 은유하는 밤』
· 에세이집 『네이버 엄마』
· 『국보문학』 이규자의 세상사는 이야기 필진(전)
· 제1회 한국문학신문 수필 대상, 제15회 복숭아문학상 수상
· 독서모임운영지도사, 예술시대작가회 회장 역임.
· 한국문인협회, 예술시대작가회, 김포문인협회 회원
· 토닥토닥 시발전소, 달시 동인
lkj5671@hanmail.net
이규자 시집
상상인 시인선 052 | 2024년 3월 28일 발간 | 정가 12,000원 | 128*205 | 130쪽
ISBN 979-11-93093-47-4(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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